이번 주 금요일(5월 11일) 7시,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철로에 몸을 묶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장애학 함께 읽기』의 저자 김도현 선생님의 강의가 있을 예정입니다(*이 강의는 알라딘과 함께 주최하는 [알라딘인문학스터디] 14기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김도현 선생님을 직접 만나기 이전에 <그린비장애학컬렉션>의 담당자이자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베네딕테 잉스타 외 지음, 김도현 옮김)의 담당편집자이기도 한, 그리고 무엇보다 김도현 선생님의 팬이기도 한 편집부 김미선(@알파베타감마) 씨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팬심이 듬뿍 묻어나는 편집자의 인터뷰,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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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도현 선생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다던데~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저자와 독자의 관계로 시작된 인연이 저자와 편집자의 관계로 발전된 것은 사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특별하다면 특별한 관계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학부 졸업학기에 사회정책학과 노동사회학을 수강했는데요, 이때 처음으로 장애인 노동, 장애인 노동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김도현 선생님의 책 덕분에요.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다가(거의 대부분의 자료들이 통계수치를 언급하거나 장애인 재활 및 자활 담론과 관련된 것이었지요) 우연히 김도현 선생님의 저작들( 『차별에 저항하라』,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장애학 함께 읽기』)을 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저는 ‘장애’라는 개념 자체, 손상을 입은 이들을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이 사회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애학’이라는 분과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 느낌이었습니다(‘여성학’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느낌과도 유사했어요). 선생님께서도 ‘장애학’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작은 충격과 두근거림이 있었다고 하시네요.

2003년에 저는 당시 한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장애인 이동권 투쟁 중 잠시 감옥에 들어가 유유자적 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마이클 올리버라는 사회학자의 『장애의 정치』(The Politics of Disablement)를 접하게 되었지요. 영어로 된 원서였고 영어 실력은 이미 고등학교 때보다도 한참 퇴보해 있었지만,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었던 감옥이라는 환경은 어찌어찌 책을 읽을 수 있는 인내심과 조건을 확보해 주었습니다. 작은 충격과 두근거림이 있었습니다. 장애 문제를 역사유물론의 관점에 기초하여 다양한 사회이론을 매개로 풀어낸 그 책은, 장애인운동이 직면해 있던 이론적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 줄 수 있는 단초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더구나 영미권에는 여성학과 유사한 맥락을 갖는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책이 단지 한 권이 아니라 무진장 많을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작은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 김도현, 『장애학 함께 읽기』, 7쪽

장애차별적 사회에 대한 선생님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던 저는 친구와 함께 장애인 노동정책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선생님의 저작들을 참고자료로 해서 장애인 운동과 정책의 역사를 정리하고, 세 주체(장애인 노동자, 경영인, 정부)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저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 인터뷰를 가고, 제 친구가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정책실장으로 계셨던 김도현 선생님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경총과의 인터뷰는 말도 못하게 답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말끝마다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하는 곳이므로… 솔직히 누가 장애인을 고용하고 싶겠어요…”를 붙이시던 관계자 분. 그분도 저 같은 반기업적 대학생이 와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셨을까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 ‘노동’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달랐던 두 사람의 대화는 주구장창 평행선만 달리다가 끝이 나고야 말았습니다(저야 사실 그날 하루 좌절하고 만 것이지만, ‘지금껏 많은 장애인 당사자 분들, 그리고 장애운동가 분들은 매일매일이 좌절의 연속이었겠구나’ 생각을 하니 마음 한 구석이 어찌나 불편하던지요). 그에 반해 김도현 선생님께서는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을 잘해주셨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리포트는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학기말 고사도 과제도 다 끝나고 나면(게다가 이제 졸업…), 절박했던 마음도 조금은 풀어지게 마련인데, 그때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답지 않게) 무언가 작은 것이라도 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애’라는 개념, 장애차별적 사회에 저항할 수 있는 무언가를요. 그리고 그해 겨울, 동아리 후배와 함께 수화책을 보면서 처음으로 수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김...미선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런 저에게 그린비에 들어와서 가장 뵙고 싶었던 분은 김도현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사무실에 오셨을 때,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선생님을 맞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2년 전 일이네요. 편집자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두번째로 맡았던 책이 바로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였고요, 햇수로는 편집자 3년차인 올 한 해 동안은 제가 <그린비장애학컬렉션>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도현 선생님께서는 저의 편집자로서의 성장 과정을 곁에서 함께해 주신 것이나 다름없는 분이네요.

‘가까워질수록 실망하는 법도 큰 게 사람 관계’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김도현 선생님은 관계의 또 다른 지평을 보여 주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김도현 선생님과는 특별한 일이 없을 때에도 종종 뵙곤 하는데요, 우연히 김도현 선생님의 사무실에 급습 비슷한 걸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잘 정돈된 책상 위에 번역하시는 장애학 컬렉션 책이 딱 놓여 있더라고요. 바쁘신 와중에도 거의 매일 조금씩이라도 번역을 하고 계시다는 말씀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삶을 건 문제, 문제의식이 있어야 책도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걸, 저는 김도현 선생님을 통해 배우곤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이론이든 장애문제에 연결시켜 사유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시는데요(김도현 선생님 블로그 글 보러 가기), 선생님의 일상을 통해 저는 공부든 실천이든 다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2. 이번 강의 제목이 ‘철로에 몸을 묶는 사람들’인데요, 의미하는 바가 궁금합니다.

<우리들의 리얼한 사회생활탐구> 웹자보를 주의 깊게 보셨던 분들은 아마 눈치채셨을 텐데요, 강의 제목이 모두 ‘~하는 사람들’로 되어 있어요. 정치탐구는 ‘월가를 점거한 사람들’, 역사탐구는 ‘혁명에 몸을 던진 사람들’, 그리고 경제탐구는 ‘평생 대출 갚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요. 장애문제에 대해 탐구해 보는 이번 강좌 제목이 가장 결정하기가 어려웠었죠. ‘무엇무엇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장애인들을 어떤 고정된 실체로 재현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고, 선뜻 떠오르는 표현이 없어 많이 망설여졌어요. 그때 누군가 이동권 투쟁 장면을 떠올렸고, 거기서 ‘철로에 몸을 묶는 사람들’이란 제목을 말했어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바로 의견에 동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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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있었던 지하철 2호선 점거 시위.

장애인 주체들의 이동권 투쟁은 우리에게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쇠사슬이나 창살이 없음에도 장애인들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들죠. 활동보조인 제도 도입 이후 그나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 제도의 혜택(말 그대로 ‘혜택’입니다)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드러내 보이고 투쟁하기 위해, 장애인들은 도로에, 철로에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직접 묶고 있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창살 없는 사회 감옥’이나 다름없는, 우리 사회의 감추어진 면모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하여 거기 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시설은 사회와 전적으로 분리된 하나의 예외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장애인의 삶을 다루고 있는 우리 사회 전체의 어떤 '속성'을 반영하는 공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 당시, 장애인 주체들이 이 사회를 '창살 없는 사회 감옥'으로 명명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 김도현, 『장애학 함께 읽기』, 83쪽

3. 김도현 선생님 책 중 함께 읽고 싶은 씨앗문장을 하나 골라 주세요. 그리고 그 문장을 고른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어느 하나만 고르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요(웃음), 『장애학 함께 읽기』에서 함께 읽고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세 단락을 제 나름의 기준에서 뽑아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력의 상품화, 개인주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장애화’와 ‘주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는지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을 던져 주는 문장들로요. 장애인 주체들과 함께 나아가야 하고,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조건’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멕시코 치아파스 원주민의 말을 기억해 봅니다 ―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 봅시다.”

노동력의 상품화에 기초한 개인주의 이데올로기는 사회 구성원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방식과 장애인의 위상 역시 크게 바꾸어 놓게 됩니다. 즉, 인간의 노동력마저 상품으로서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은 기준에 미달하는 여타의 손상된 상품처럼 간주됩니다. 다른 손상된 상품들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아 폐기되거나 상설 할인매장에서 헐값에 처분되는 것처럼, 장애인들 역시 무가치하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로서 취급받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른 상품들이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완벽한 수선과 복원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장애인의 몸도 그러한 복구의 대상이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인주의라는 핵심 이데올로기는 정상성에 기초한 의료화라는 주변 이데올로기와 접속을 하게 됩니다.

― 김도현, 『장애학 함께 읽기』, 88쪽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의존적 존재라는 낙인은 자본주의 체제가 원하는 노동력 상품으로서 그 가치를 부정당하고, 이에 따라 사회적 기여를 생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될 때 부여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노동이란 사실 '노동 일반'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 속에서의 노동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지적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일한 유형의 활동이 자본주의적 고용 관계 내에서 이윤의 창출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줄 때는 대가를 제공받고 노동으로서 인정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무익한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인간의 물질적·정신적·정서적 풍요로움에 기여를 하는 모든 행위가 노동으로 인정받는 사회라면, 그리고 이러한 기준이 사회적으로 더욱 적실한 것이라면, 장애인의 노동은 전혀 다른 지평 위에서 그 가치를 발현하게 될 것입니다.

― 같은 책, 89~90쪽

현재 투쟁의 의제로 부상되어 있는 장애인의 소득 보장, 주거권, 노동권, 장기요양 보장의 문제들은 보편적인 빈곤 대중, 주거 빈곤층, 불안정 노동계층, 국민 일반의 문제의 일부로서 자리매김되는 성격이 보다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장애인을 넘어선 전체 대중의 권리 수준이, 장애인운동을 넘어선 전체 운동의 역량이, 장애인의 권리가 확장되고 장애인운동이 발전될 수 있는 경계를 조건 짓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다른 운동들, 그 운동-‘들’이 노동운동, 여성운동, 농민운동, 환경운동, 빈민운동, 성소수자운동과 같은 형식의 구분법이든, 당 운동, 사회운동과 같은 형식의 구분법이든, 아니면 사회주의 운동, 사민주의 운동, 공산주의 운동, 코뮨주의 운동, 아나키즘 운동과 같은 형식의 구분법이든, 아마도 제가 일차적으로 ‘우리’라고 느끼고 있는 장애인운동과 마찬가지 상황 및 조건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함께 전진할 수밖에 없고, 전진해야 하는.

― 같은 책, 236~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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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10점
김도현 지음/메이데이
차별에 저항하라 - 10점
김도현 지음/박종철출판사

2012/05/09 09:00 2012/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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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롱 2012/05/09 10:26

    장애학, 장애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에서 항상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곤 했는데 그걸 깊이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고 그냥 외면하고 넘어갔던 것 같아요. 두근두근 또 내가 모르는 어떤 세계와 만나게 될지, 금요일 강의가 기대됩니다..!

    • 그린비 2012/05/09 10:52

      아롱님의 댓글을 보니 어제 읽은 부분이 생각나네요. ^^

      "2005년 중반까지 우리나라에서 다리나 척수에 손상을 지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버스를 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2005년도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만들어지면서 계단이 없고 경사로가 장착된 저상버스가 다니자 이러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버스를 탈 수 없었던 것은 그 사람이 지닌 특정한 손상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버스 때문이었을까요?"

      ─김도현, 『장애학 함께 읽기』, 62~63쪽

  2. 용도 2012/05/09 18:37

    그러고 보니 요즘 그린비 블로그는 감마선이 점거 중..

    • 감마선 2012/05/10 10:09

      ㅋㅋㅋ본의 아니게....그리 됐심더;;;

    • 그린비 2012/05/10 10:22

      대세는 감마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