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 이하늘에게 반한 이유
― 가진 만큼 보여 주는 삶에 대하여

 

취업 전, 저는 제가 그렇게까지 무식한 줄 몰랐었는데 (그때는 참 속 편했었죠-_-;;) 입사 첫날부터 저는 와장창 깨져야 했습니다. 물론, 지적 배경이 전무한 제게 애초에 어떤 기대가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튼 입사 즈음의 저는 그린비 책 중 쉬운 축에 속하는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와 대학 신입생의 필독서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정도만 읽던 아이였었습니다. 주간님은 물으셨죠.
“우리 회사 책, 많이 안 읽었지?”
전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린비 책이 아니어도 읽을 책은 많았었으니까요. 후후)
“네. 그치만 이진경 선생님이 쓰신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은 읽었는데요!” (왜 이진경 선생님 책은 전부 그린비에서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ㅁ;)
“……그건 푸른숲에서 나온 거그등?”

예, 뭐 이정도입니다.(저란 여자..-_-) 모르는 게 많지만, 별로 부끄러워하진 않습니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지적 낙천주의자인 저는, 따라서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모른다고 말합니다. 괜히 어설프게 아는 척했다가는 일이 커질 수가 있거든요. 하하 (요론 게.. 생활의 지혜?) 아무튼, 아는 만큼 말하고, 말하는 만큼 행동하는 것이 저의 특기라면 특기인지라… 예, 뭐, 잘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앎으로 포장된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불편하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일까요? 그런 맥락에서 어느 순간 제 마음속에 들어와 버린 한 남자가 있으니…… 바로 DJ DOC의 이하늘입니다. (저..팬입니다. 슈퍼맨의 비애, 좋아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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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DOC 이하늘 (이미지 출처 : MBC <명랑히어로>)
“제가 가방끈이 좀 짧잖아요. DOC 이름 지을 때, 영어에서 단수, 복수 이런 거 잘 몰라서 Dream of Children이 아니라 Dream of Child라고 했었어요. 그게 더 어감이 좋다고.”

언제부턴가 영어를 잘 모르는 것이 부끄러워해야 할 항목이 되어 버리고, 가방끈이 짧은 것 역시 부끄러운 일이 되었습니다..만, 이하늘 옵빠는 얼마나 그런 압박에서 자유로운지, 저는 그만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의 저 이야기를 듣고 뿅,하고 반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빠, 짱!) 제가 TV 시청하는 시간이 급감한 때에 하필이면 방송활동 열심히 하고 계신 이하늘 옵빠의 활약을 꼬박꼬박 챙겨서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가 나오는 방송은, 보는 것마다 저에게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아는 만큼 말하고, 마땅한 것에 분노하고, 화낼 줄 알고(쥐박이 티셔츠를 입고 방송출연까지 하셨었죠), 숙일 줄 알고, 가진 것 이상으로 꾸미거나 부풀리지 않고, 자의식 없고……. 그래서인지 이하늘은 어디에 있든지, 그 모습이 참으로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서 세상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지요. 본인 말로 짧다고 하는 그 가방끈이, 얼마나 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만, 우리는 이미 매일같이 신문을 통해, 방송을 통해, 주변 사람을 통해 그 학력이란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를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게 뭐 대수인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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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자신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가방끈. 중요한 건 가방끈 길이보다 가방을 든 자신과 그 가방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겠죠. 그런 면에서 이하늘은 "자신이 가진 만큼 보여 주고, 느낀 만큼 표현하는" 멋진 남자가 아닐까요? ^^v
가방끈이 길어서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 중에 가득한 번뇌와 자의식 때문에 정작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그래서 배운 것도 없는 사람들을 저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소위 좀 배웠다는 사람들의 지행 완벽 불일치를 보며 때론 소름까지 돋는 저의 결벽스러움이 아는 만큼, 가진 만큼 살아가는 이하늘을 만나 비로소 안도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뭐 거의 팬레터네요. 부끄부끄)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가진 것 이상으로 보여 주려고 헛되게 애쓰지 말자는 겁니다. 인정하고, 나를 비우고, 좋은 걸 담자는 거지요. 남의 시선이 정작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해지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는 겁니다. 가끔 제게 산적한 번뇌의 끝을 따라가다가, 그 끝에서 내가 가진 이상으로 보여 주고 싶다는 욕망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시(誇示)를 지나치게 보여 주는 것, 즉 過示로 읽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에 대한 지식을 꾸며서 지나치게 보이는 것은 그 누구도 풍요롭게 하지 못합니다. 지식과 소통은 막힌 곳을 뚫리게, 그래서 통()하게 하기 위함이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이 변하고, 타인의 삶이 변하고, 그 결과 우리의 삶과 주변이 풍요로워지게 하기 위함이 아니던가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습니다만, 저는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요=_=)

들뢰즈, 데리다 그런 거 모르는 게 문제인가요, 뭐? 그걸 어설프게 안다고 말하고 정작 자기의 삶에서 풀어 내지 못하는 게 문제지요. 제가 보기에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이명박 정권 뭐 그런 거대한 문제 덩어리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아, 뭐 저도 잘은 모릅니다만) 지금 이 시대의 진짜 문제는 그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실제 자신의 앎의 분량을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신들 당장의 행동을 바꾸지 못하면서 “나는 다 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영어는 몰라도(^^;;) 가진 만큼 보여 주고, 느끼는 만큼 표현하는 이하늘의 대비는 얼마나 극명한가, 생각해 봅니다.

음, 뭐랄까, 사실 저는 이하늘을 보면서 통쾌하고 유쾌했습니다. 대학원 나오고, 석사, 박사 한 사람들이 책 속에서 결코 풀지 못한 행동과 실천과 삶의 문제를 그냥, 가볍게 뛰어넘어 버리는 (음악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방송에서 자신의 뜻을 과감없이 드러내는!) 이하늘을 보면서 말이죠. 그렇게 가진 만큼 보여 주는 삶, 아는 만큼 행동하는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확신 비슷한 것을 갖게도 되었고요. 아, 뭐 그러니까 결론은 이하늘 멋있다는 얘기를 길게 한 것이었고, 앞으로도 하늘이 옵빠는 그렇게 멋진 사람으로 남아 달라는 개인적인 소망을 담은 팬레터였다는 것입니다. 하하. 허무하시죠? -_-;; 어쨌거나 2009년, 하고도 벌써 1월이 훌쩍 지나갔는데(가는 세월 붙잡고 싶습니다. 훌쩍) 짧은 인생, 모르는 건 좀 열심히 배우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앎과 실천(즉 삶!)의 문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나온 『추방과 탈주』를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으면 좋겠네요. 아, 이하늘 옵빠도 읽으면 참 좋겠지 말입니다.^^;;)

- 편집부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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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9 09:46 2009/02/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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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Met 2009/02/09 17:14

    저도 늘 좋아해온 가수입니다.
    예능에 나오긴하지만
    음악이 정말 좋죠 ^^

    • 그린비 2009/02/09 17:26

      Mr.Met님, 반갑습니다~.
      음악에서건 예능에서건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음악도, 사람도 좋은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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